연극 “라스트세션”은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와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 C. S. 루이스가 서로 만나 신과 인간에 대한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벌이는 2인극입니다. 사실 연극은 역사적 사실이 아닌 상상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둘은 실제 만났다고 전해지지는 않습니다. 연극 시나리오 중 라디오로 전쟁 상황을 듣고 있는 프로이트는 음악이 흘러나오자 라디오를 꺼버리는데, 루이스가 음악이 나올 때 마다 꺼버리는 프로이트에게 이유를 묻자 프로이트는 무언가에 조종당하는 기분이 싫다며 개인주의의 양상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아마 프로이트는 과학이나 이론적으로 분석할 수 없는 음악에 자신이 감동받고 있다는 사실을 감당하기 힘들어 하였을 것입니다.
음악은 우리의 무의식을 자극합니다. 인간의 행동패턴의 95%가 잠재의식과 무의식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결과는 음악의 힘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강력한지 알 수 있는 부분이죠. 음악은 무엇일까요?
음악은 소리를 재료로 하는 시간예술로 사전적 정의를 내릴 수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음의 리듬, 음량, 템포 등을 사용하여 감정을 고양 또는 고무시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있죠. 음악의 이러한 소통역할이 중요한 이유는, 말과 글자만으로 우리의 모든 감정과 느낌을 전달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청각은 감각기관중 가장 예민하고 오래된 감각 중 하나인데, 태어나기 전부터 인간은 박동소리를 들었으며 죽기 전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기관이 청각이라고 합니다. 이렇듯 소리는 어쩌면 시각만큼 우리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죠. 그래서 우리는 서라운드 시스템이 있는 영화관에서 좀 더 생생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음악은 우리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음악치료학에 의하면 음악은 유쾌하지 않은 감정이나 소음으로부터 안정감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뇌파를 느리게 낮출 수 있고 원하는 수준으로 맞출 수도 있죠. 즉 베타파, 알파파 등을 음악을 통해 조절하기도 하는데 이는 드보르작의 신세계교향곡과 모차르트의 음악을 감상한 사람들의 뇌파를 조사한 연구결과로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그리고 음악은 호흡 맥박 혈압에 영향을 주는데, 여유 있고 느린 템포의 음악은 깊고 편안한 호흡을 통해 감정을 조절해주며 깊은 사고를 할 수 있게 해줍니다. 반면 빠른 템포의 음악은 심장과 호흡의 속도를 빠르게 만들며 사고를 산만하고 충동적이게 만들어주는 경향이 있죠.
그 밖에도 음악은 분위기를 통해 우리의 체온을 올려주기도 하고 떨어뜨려 공포감을 주기도하며 도파민의 분비를 촉진시켜 만족감과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기도 합니다. 이렇듯 정신적인 부분을 자극하여 우리 신체에 영향을 주는 음악은 고대부터 축제형식을 빌어 공동체 의식을 고취시키고 지역의 통합과 안녕을 기원하는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럼 축제를 뜻하는 페스티벌의 역사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사료에 남아있는 5~6세기 고대 디오니소스 축제는 당시 거대한 지역의 통합축제로 연극과 음악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통합에는 음악과 종교적인 의식이 필수였을 것입니다. 축제를 뜻하는 Festival의 어원이 성일을 의미하는 라틴어 Festivals에서 유래되었다는 것 또한 축제가 종교적인 의미로 시작되었음을 알려주는 것이죠.
페스티벌은 현대에 와서 다채로운 행사나 축제를 지칭하는 단어가 되었는데, 현재 다양한 종류의 페스티벌에서 흥을 돋우는 중요한 도구로 음악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음악자체가 페스티벌이 되기도 하는데, 음악이 주가 되는 페스티벌은 20세기 들어와서 매스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더욱더 발전하였습니다.
클래식음악은 바그너(R.Wagner)음악을 연주하는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을 비롯하여 모차르트의 고향 오스트리아 짤스부르크의 페스티벌, 스위스의 루체른 페스티벌 등 100여년 남짓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또한 아스펜과 탱클우드, 베르비에, 에든버러등 도시를 대표하는 페스티벌들 역시 음악을 매개로 사람들과 소통하며 화합하는 장이 되었습니다.
클래식이 아닌 다른 장르의 음악페스티벌, 예를 들어 우드스톡 또는 뉴올리언즈 재즈 페스티벌의 경우도 많은 사람들이 생각과 가치관을 음악을 통해 공유하는 장으로 발전하고 있죠. 그렇다면 이런 음악과 페스티벌은 우리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 것 일까요?
앞서 언급한 대로 음악은 우리가 측정할 수 없는 무의식을 건드립니다. 그것은 우리의 신체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도 하며 축제, 즉 페스티벌을 통한 외연의 확장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고취시키는 역할 또한 하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는 엘 시스테마(El Sistema)를 통해 빈민가 어린이들의 비행과 범죄율을 낮출 수 있었으며, 아랍 청소년들과 유대인 청소년이 함께 모여 연주하는 서동시집 오케스트라(West-Eastern Divan Orchestra)는 음악이 당면한 정치적 과제를 넘어 범세계적인 사회 속에서 우리는 결국 하나라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음악이 주는 힘은 대단하죠. 그것을 화합의 장으로 이끌어 내는 것은 페스티벌의 몫일 것입니다. 음악이란 재료로 페스티벌을 도구 삼아 우리사회에 어떠한 가치를 이끌어 내는 것, 그것이 음악 페스티벌이 갖는 가치일 것 입니다.